초파리든 벼룩파리든 다 싫어. 벼룩파리 퇴치기

벌레가 잘 꼬이는 계절, 여름이 왔다.

몇 주 전부터 집안에 날파리가 보이기 시작했는데, 많은 수는 아니었지만 이것들이 자꾸 사람한테 덤벼들었다. 처음에는 그냥 초파리인 줄 알았지만 잡고 보니 한 종류의 놈이 아닌 것 같았다. 내가 아는 초파리는 머리 쪽이 붉은 것인데, 검은 머리를 가진 놈도 있네?

게다가 날아다니는 것 중에 날파리 치고 크네? 뭐지 저놈? 게다가 날아다니는 게 사람 근처에서 천천히 비행하며 짜증나게 구네? 하고 팍 잡았다. 그런데 잡고 보니 두 마리다? 한 놈은 좀 크고 다른 놈은 좀 작다. 아 이거 뭐지 굉장히 기분이 나쁘군요..

이 1+1 Kill 경험을 두 번하고 나니 더이상 못 참겠어서 인터넷에 검색해보니까 이 검은 머리 놈들은 초파리가 아니라 벼룩 파리라고 하는 놈이었다. 

정체를 알고나니 그동안 맞지 않던 퍼즐 조각이  맞춰졌다. 온라인에 떠도는 초파리 트랩 만드는 방법대로 만들었는데, 근처까지는 와도 트랩에 다이빙하는 놈이 없더랬다. 에라이 하고 싱크대 주변에 트랩을 놓고 잔 다음 날에도 빠져 죽은 놈이 없었다. 그런데 그 옆에 밥풀 묻은 주걱 불린다고 물 담은 컵에 담가놨었는데, 거기에 한 놈이 빠져 죽어있어서 물음표를 가득 띄웠었다.

벼룩 파리 놈들은 당 성분이나 신 것보다는 단백질에 반응하는 특징이 있단다. 쌀에도 단백질 성분이 들어있으니까, 그래서 그런 것이었군.

게다가 1+1 Kill은 대충 예상은 했지만 짝짓기 비행 중이었던 것이었다. 하.. 기분 나빠. 그래서 온라인에서 사람들이 짝짓기 비행하는 놈들은 끝까지 추적해 죽인다고.. 안 그럼 번식할 테니까..!

자꾸만 사람에게 들러붙는 것은 이산화탄소에 반응하기 때문이었다. 책상에 앉을 때마다 꼭! 꼭 한 놈이 나를 반기는 건지 꺼지라는 건지 기념 비행을 한 번 하고는 사라져서 잡을 수가 없어 매번 당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어느 날에는 두 놈이 주방을 점거한 깡패마냥 내가 주방으로 가기만 하면 둘이서 나선 비행으로 나를 위협했다. 

이미 쓰레기통들은 다 비웠고, 음식물 쓰레기도 매일매일 버렸지만 벼룩 파리 놈들은 여전했다. 차라리 좀 수가 많았더라면 아 어디서 번식을 하고 있고 주 서식지가 여기구나 했을 텐데, 하루에 많아야 10마리? 정도밖에 보이지 않는데 너무 거슬렸다. 사람한테 달려드는데 또 너무 빨라서 전기 파리채로도 잡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그리고 우연의 일치라고 하기엔 100%로 전기모기채만 들고 나타나면 어디론가 숨어서 나오질 않았다. 🤬

이런 날파리 놈들은 보통 외부에서 유입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던데, 그것도 맞을 것 같은 게 후각이 1km 반경의 냄새를 맡을 정도로 발달해 있단다. 이걸 어떻게 당해내나요.. 그리고 크기가 너무 작아서 방충망 구멍은 그냥 통과하니 문을 꽁꽁 닫아놓고 살지 않는 한 외부 유입을 완전히 차단하기란 어려울 것 같았다.

그래서 우선 해본 것이 주방 대청소. 주방이 그렇게 더럽지는 않지만 각 잡고 청소한지는 꽤 돼서, 혹시 묵은 때들이 벌레를 꼬이게 하나 싶은 마음에 시도해봤다. 진짜 온갖 곳을 다 닦고 하느라고 6시간 걸렸다..... 싱크대 하부장이 위치상 아무래도 하수구로부터 올라오는 냄새에 취약해서 혹시 거기에 알을 깐 것은 아닐까 하고 정말 굳은 마음을 먹고 다 끄집어냈는데 허무하게도 깨끗했다.

그 청소하는 와중에도 벼룩 파리 놈들이 얼쩡대며 화를 돋웠다. 사은품으로 받은 전해수기가 있어서 전해수를 만들어 청소를 했는데, 이게 약한 락스 향이 나는데도 불구하고 근처에서 버젓이 비행하는 벼룩 파리 놈들을 보고 있자니 이 청소가 의미가 있나 싶었다. 대청소하면 뭐 깨끗해지기도 하고 내 마음이 개운해 지니까 그걸로 만족하는 걸로 정신 승.. 리..!

그리고 청소의 마무리로 주방 주변을 연무기로 소독을 했다. 특히 싱크대 하부장 걸레받이를 열고 그 밑에다가 집중 포격했다.

피톤치드 연무기로 집안도 차량 내부도 주기적으로 소독하기

전에 이런 걸 사서 쓰고 있다고 후기를 썼었다.

그런데? 이 연무기를 뿌리고 나니까 식탁 위에 큰 벼룩 파리 놈, 소파 사이드 테이블에 새끼 벼룩파리 놈이 죽어 있는 것이 아닌가? 오호라..

여전히 활개 치는 벼룩 파리 놈은 있었지만, 나는 연무기에서 희망을 보고 다음날 또 연무기를 뿌렸다. 이번에는 주방보다 좀더 넓은 범위로 뿌렸는데 이 날은 시체를 발견하지는 못했지만 눈에 띄는 벼룩파리 놈들이 줄어든 느낌이었다.

그리고 또 다음날에는 굳은 마음을 먹고 온 집안을 정말 구석구석 다 뿌렸다. 침실, 거실, 화장실, 서재 할 것 없이 다. 그리고 특히 냉장고 뒤에 서식하기도 한다는 글을 보고는 냉장고 뒤를 폭격했다. 이날도 역시 시체를 발견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날 저녁부터 우리 집에는 더 이상..! 더이상 벼룩 파리가 보이지 않게 됐다.

그냥 뭐 먹는 것도 아니고 책상에 앉기만 해도 벼룩파리 놈이 눈앞에서 얼쩡거렸는데.. 매실차를 마셔도 안 와. 다 마신 매실차 컵을 깜빡하고 책상에 그냥 뒀는데도 안 와..!

이건 연무기의 힘이라고 봐도 되지 않을까!!!!!! 요즘 연무기 사용이 좀 뜸했는데, 앞으로 여름철에는 자주자주 뿌릴 것 같다.

이제 당신 차례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