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싱크대 공용배관 역류 도대체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1

마음이 너무 답답해서 쓰는 글이다. 예전에 리모델링 글을 쓰며 언급한 적이 있는데, 우리 집은 싱크대 공용 배관 역류 사고를 겪었다. 사고가 발생한 때가 2020년 12월이었고 그 사고를 계기로 리모델링은 2021년 1월에 했었다.

그 뒤로 찜찜하긴 했지만 설마 또 역류를 하겠어?라는 생각을 나도 하고 남편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설마하던 일이 겨우 1년 하고 3개월만에 또 일어났다. 그나마 첫 번째 역류 사고 때는 일요일 저녁이라 집에 사람이 있어서 역류하는 물을 그나마 틀어막을 수 있었다. 그래도 거실 중간까지 오수가 넘쳤지만.

그런데 두번째 사고가 일어났을 때는 집에 아무도 없었다..

하필? 그 때 쯤 윗집 층간소음이 안그래도 미쳤는데 더 미쳐 날뛰던 시점이라, 스트레스가 극심해 안되겠다 싶어 밤산책을 나섰던 그 한 시간 사이에 일이 벌어진거다. 한강 사진도 찍고 좀 개운해진 마음으로 집에 들어왔는데 거실 바닥에 뭔가 갈색 거뭇거뭇한 것들이 보였다. 뭐지? 당시 공기청정기 위에 작은 화분을 하나 올려뒀었는데 그게 쏟아졌나?라는 말도 안되는 생각과 함께 내 뇌는 정지해버렸다.

조심스럽게 불을 켜보니 온 집안이 다 물이였다. 아니 오수. 여기는 복도식 아파트고 복도쪽 끝이 주방이다. 그런데 반대편 끝인 저 멀리 베란다 앞까지 물이 가득 차 찰랑이고 있었다. 하필 거실 바닥에 두었던 보조배터리가 눈에 들어오자 내 정신이 돌아왔다. 후다닥 양말부터 벗고 싱크대 하부장 걸레받이를 빼고 바닥 배수관 쪽을 보니 물이 넘치고 있었다. 이미 한바탕 해선지 그 양이 많진 않았지만.

돌아버릴 것 같은 건 똑같았지만 두번 째 사고라 그런지 침착했다. 첫번 째 사고 때 아쉬웠던 점을 반복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우선 카메라를 들고 물이 넘치고 있는 배수관을 찍고, 물이 넘친 곳 구석구석 동영상을 찍었다. 그 더러운 오수를 어쩔 수 없이 발로 차며 이렇게 온 집이 찰랑인다는 것을 남겼다.

그리고는 경비실로 가서 경비원에게 상황 설명을 하고 집에 와주십사 했다. 경비원 분들이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건 이미 잘 알고 있었다. 이 아파트는 비상연락망과 같은 체계 따위가 없어 관리소장이라던지 윗놈에게 경비원들조차도 연락할 수가 없다. 다만 경비원 분들을 집으로 불렀던 건 증인으로 세우기 위해서였다. 사진과 동영상을 남기긴 했지만 이렇게 심각한 상황이라는 걸 눈으로 보는 것과는 천지차이니까.

역시나 경비원 두 분은 우리집에 오셔서 심하게 놀라셨다. 이건 보통 일이 아니라며. 대략 그간의 일을 설명 드리긴 했지만 연세가 많으신 분들은 내가 말하는 공용배관이 어쩌구를 이해하지 못하셨다. 그리고 한 분은 우리집 싱크대에 뚫어뻥을 가져다가 뚫기까지..하셔서는 역류를 보태주셨다. 뭐 도와주려고 하신 마음은 아니까 괜찮다.. 나는 괜찮다.. 

양말을 벗고 들어오셔야 한다고 말씀 드려 양말은 살렸지만 가실 때 젖은 발로 신발을 신게 할 순 없어 발 수건을 갖다드리고 두 분을 보냈다. 이 홍수를 어떻게 해야 하나 속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여기 혼자 사냐고 물으셔서 남편이 오는 중이라 얘기하니까 뭔가 표정이 뭐랄까 아 그럼 됐네라는 느낌으로 가셨다. 혼자였으면 도와주시려고 했나?

남편에게는 이미 전화로 상황을 알렸지만, 지하철 타고 오는 중이라 시간이 좀 걸렸다. 거기서 택시 타봤자 시간은 더 걸리고. 첫번 째 사고 때는 그래도 집안의 걸레를 총동원해 닦아내는 식으로 해결을 봤지만 이번에는 그건 절대 불가능이었다. 어쩔까 생각하다가 복도 쪽으로 물을 밀어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복도 중간중간마다 물 빠지는 배수구가 있으니까.

참나.. 실리콘 빗자루 없었으면 어쩔 뻔 했나 싶다. 그걸로 물 열심히 밀어내고. 또 밀어내고. 그러다 중간중간 복도로 나가서 복도에 고인 물을 배수구 쪽으로 밀어야 했다. 안 그럼 다른 세대쪽으로 물이 자꾸 가서.. 무념무상으로 물을 밀어내고 있는데 남편이 왔다. 

그리고 쓰레받기를 가져와 나는 베란다 샷시쪽에서부터 물을 밀어내고 현관쪽에서는 남편이 실리콘 빗자루로 그 물을 바깥으로 빼는 뭐하는 짓거리인지 모르겠는 짓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복도에서 시끌시끌하는 소리가 나더니 경비원 한 분과 모르는 아저씨 한 분이 나타났다. 

모르는 아저씨는 바로 아랫집 세대였다. 평화로운 평일 밤이었어야 하는데 거실 천장 조명 쪽에서 물이 뚝뚝 떨어지는 밤을 만나셨다. 그래서 아마도? 경비원이 윗집 상황이 이렇다하고 보여주기 위해 함께 온 듯 했다. 아랫집 아저씨는 우리의 상황을 보더니 잠시 말을 잃으셨다. 그리고 다행히도? 동대표를 해보셨던 분이라서 빠른 판단을 하신 듯 했다. 우리는 최대한 물을 빨리 빼내겠다고 말씀드리고 물 밀어내는 작업을 계속 했다. 

그렇게 물을 얼추 밀어내고 바닥을 닦고 또 닦고 걸레를 빨고 또 빨고 하고 나니 시간은 새벽 2시였다. 내가 집에 돌아온 시간이 한 밤 10시였으니 3~4시간을 물을 퍼내고 난리를 친거다. 

첫번 째 사고 때 급히 연락 드렸던 업체에서 알려준 임시 조치를 하고, 같은 라인 물 쓰지 말라고 제발 방송 좀 해달라고 해달라고 해서 집집마다 인터폰을 했다는데 아마 안 받는 집이 더 많았을 거다. 첫번 째 사고 때도 그렇게 집집마다 방문해서 물쓰지 말라고 했는데, 새벽에 또 물이 역류 했었지. 심지어 임시 조치한걸 뚫고 올라왔었다. 그래도 다행히 이번 사고 때는 새벽에 또 한 번의 역류가 일어나진 않았다.

그렇게 잔건지 안잔건지 싶은 밤이 지나고 아침에 집으로 관리소장이 찾아왔다. 나는 이미 지랄발광탄을 입 안에 장전하고 기다렸는데 인터폰 화면 속에는 모르는 사람이 서있었다. 

문을 열고 보니 오늘부터 새로 부임한 관리소장이라며 깍뜻하게 인사를 건넨다. 내 지랄발광탄은 힘도 쓰지 못한 채 바닥으로 떨어졌다. 아니 어떻게 이래?

너무 길어졌다. 쓰다보니 화가 좀 누그러지네. 다음에 이어 써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