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에 한번 싱크대 하수구에 뜨거운 물 때려붓기 프로젝트

목차

왜 이런 프로젝트를 하는거야?

아직 그간의 일들을 다 적지는 못했지만, 아무튼 아래 이슈로

아파트 싱크대 공용배관 역류 도대체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1

당장 해볼 수 있는걸 해보기로 했다. 뭘 할거냐면 한달에 한번씩 싱크대 하수구에 뜨거운 물을 오질라게 때려붓는 거다.

이유는 두번째 사고 때는 관리사무소에서 사람을 불러 공용관 고압세척을 했는데도 싱크대 배수관이 부글거리는 소리가 여전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소리를 하수구 역류의 전조증상이라고 생각했고, 또 하수구 업체의 자문을 구했는데 그게 맞을 거라고 했다. 그래서 또 역류가 올 때까지 불안한 마음으로 지켜볼 수 만은 없게 됐다.

사실 이 뜨거운물 때려붓기 방법을 얼마 전까지만 해도 회의적으로 바라봤는데, 최근 생각이 바뀌었다. 우리 부부의 추측으로는 왠지 공용 메인관에 합류하는 쪽보다는 우리가 1호라인이라 치면 1호라인 공용관에 가까운 쪽 어딘가의 관로가 기름때든 뭐든으로 인해 좁아져 있지 않을까 한다.

이유는 두번째 사고 때 공용관 고압세척 과정을 매의 눈으로 세 시간 넘게 쭉 지켜봤는데, 내시경을 들여다보면서 작업한 게 아니다보니까 분명 모든 문제 원인을 제거하지 못했을거라는 생각이 들었고, 공용 메인관 끝에다 고압수를 넣는 거다보니까 각 라인의 공용관 쪽, 특히 합류하는 쪽은 다 꺾여있다보니 잘 닿지 못했을 것 같았다.

근데 두번째 사고가 발생했을 때 내가 너무 열받아서 직접 지하1층에 내려가 후레쉬 비춰가며 공용관의 구조를 분석을 했었고, 이해가 잘 되지 않는 게 있었다. 그건 우리 아파트는 복도식 아파트인데, 복도식 아파트면 다 똑같은지는 모르겠지만 세 라인, 그러니까 1~3호, 4~6호, 7~9호 이런식으로 라인 공용관이 합쳐지는 구조였다. 이거 그림 그린걸 올릴까 말까. 암튼 그런데 보통 세 라인 중 가운데 라인 쪽 가까이에서 메인 공용관으로 합쳐졌다.

그럼 가운데 라인이 역류에 제일 취약하겠네? 싶을 수 있다. 그런데 그런 구조 만드는 사람들이 바보는 아니겠지. 그래서 보니까 가운데 라인의 관이 생김새가 역류를 방지하는 느낌으로 생겼다. 

그런데 문제는, 예를 들어 1~3호라 치고 우리집이 1호라고 하겠다. 구조상 보니까 만약 역류가 발생한다고 치면, 오히려 우리집 보다는 3호 집에서 역류가 먼저 생겨야할 것 같은 배관 순서였는데, 왜 우리집이 역류가 터졌을까? 이게 의문이었다.

3호 집 아주머니와는 인사를 하고 지내는데, 이 댁도 우리가 이사 오기전에 역류 사고를 겪어 같은 아픔을 갖고 계신다. 그래서 이분도 트라우마가 생겨서 만일의 상황을 대비해 긴 호스를 구비해두고, 한달에 한번 뚫어뻥을 들이붓고 계시다고 했다.

두번째 사고가 났을 때 상황을 공유하기 위해 3호 집 아주머니와 대화를 하는 과정에서, 문제의 그날 3호 집 화장실에서 펑하고 엄청난 소리가 나서 무서웠다면서 그게 그래서 그랬던 거구나하고 말씀을 해주셨다. 그래서 더더욱 왜 3호가 더 공용관에 가까운 구존데 1호인 우리집이 역류했을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런데 우리가 문제가 발생했을 거라고 예상한 구간을 메인 공용관, 그러니까 이미 세 라인이 합쳐지고 난 다음 관에서 막혔을거라 가정했을 때 말이 안되는 거였지, 만약 문제가 발생한 구간이 메인이 아니고 1호 라인 근처였다면? 그러면 말이 됐다. 

그렇다보니 3호 집 아주머니가 한달에 한번 뚫어뻥 붓는다했을 때 그게 의미가 있을까..하고 바라보던 것에서 어라? 만약 우리 라인 가까운 곳에 관이 좁아져있다면 우리가 어떻게 비벼볼 수 있겠는데? 하고 생각이 달라진 것이다. 

알고보니 3호라인은 3호 집 아주머니가 마치 최전방 수호병처럼 ㅠㅠ 3호라인을 지켜내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도 그럼 1호 라인을 지켜내야 하는 것인가. 아니 왜 우리가 피해도 온전히 받고 해결도 해야 해? 빡치네? 입 안에 욕이 가득 찼지만 나는 정신승리가 필요했다. 

그래~ 몇 푼 되지도 않지만..피해보상금으로 뜨거운 물 값 내 노동값 낸다 생각하자~ 그래~ 저층이라 좀 싸게 집 샀잖아 그걸로 쌤쌤이 하자 하고 정신승리를 해야했다. 그렇지 않으면 내 정신이 온전치 못해.

휴 간략하게 쓰기가 안된다. 이 이슈에 대해서는 내 안에 화가 많았구나. 

어쨌든 그래서 뜨거운 물을 많이 부어볼 건데, 그냥 물만 붓는 것보다 더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서 탄산소다를 함께 이용하기로 했다. 뚫어뻥 액체가 집에 없기도 했고 아무래도 기름때 같은 거에는 뜨거운 물이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싶어서고, 탄산소다, 베이킹소다가 기름때 제거에 도움이 되니까 그렇게 결정했다.

일단 지금은 빈도를 자주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 한 달 동안은 일주일에 한 번 뜨거운 물을 붓기로 했고, 그 이후는 한 달에 한번 부어보기로 했다. 그러면서 부글거리는 소리가 나는지 안나는지 파악해볼 거다.

일종의 실험인 셈인데 여기에 그 실험일지를 쭉 기록하려고 한다.

어떻게 부을 것인가

앞으로 한달 동안 일주일에 한 번 4회차까지는 이렇게 할 거다.

준비물 
✅ 총 15L의 뜨거운 물
✅ 종이컵 한 컵 분량의 탄산 소다
✅ 적당량의 주방 세제

3번에 나누어서 붓는다.
그러니까 한 번 부을 때 5~60ml 탄산 소다를 먼저 붓고 5L의 뜨거운물을 붓는다.

1회차 - 2022.06.10

이날은 처음이라 계획을 가지고 하지는 않았다.

3번에 걸쳐 부었는데 한 번 부을 때 뜨거운 물 7~8L를 부었다.
그리고 원래는 베이킹 소다로 5~60ml 씩 부었는데, 세번째에 베이킹 소다가 떨어져서 집에 방치되어있던 탄산소다를 활용하기로 했다. 자세히는 모르지만 탄산소다가 세척력이 더 좋다고 한다.

첫번째	베이킹 소다 5~60ml, 적당량의 주방세제	뜨거운 물 7~8L
두번째	베이킹 소다 5~60ml, 적당량의 주방세제	뜨거운 물 7~8L
세번째	탄산 소다 5~60ml, 적당량의 주방세제	뜨거운 물 7~8L

남편이 이 작업을 해주었는데, 두번째 부을 때부터 뜨거운 물의 김이 덜 났다고 한다.

무슨 말이냐면 관 어딘가에서 병목이 발생해서 뜨거운 물이 정체해 있으니 그 뜨거운 물의 김이 모락모락 났는데, 첫번째를 붓고나니까 그 병목이 조금은 풀린건지? 두번째부터는 김이 잘 안난다고 했다.

그리고 처음 부었을 때는 좀 한참뒤에 뭔가 꼬로록 하는, 물이 고여있다가 쫙 빠질 때 나는 소리 비슷한 소리가 났는데, 두번째부터는 그 소리가 안났다.

이제 다음주에 부을 때까지 부글부글 소리가 나는지 확인해보고, 난다면 여기에 기록하자!

소리 났다 - 2022.06.20 오후 9:55 5초간 약하게 꾸르륵

시간이 왜 이렇게 잘 가는 걸까? 일주일이 지났는지도 모르고 있었는데, 약하게 꾸르륵 소리가 나서 날짜를 확인해보니 벌써 10일이 지났네.

2회차 - 2022.06.20

소리난 바로 작업을 했다.

첫번째	탄산 소다 5~60ml, 적당량의 주방세제	뜨거운 물 9L
두번째	탄산 소다 5~60ml, 적당량의 주방세제	뜨거운 물 9L

이번에는 좀 늦은 시간에 하다보니 한 회에 물을 더 많이 붓는 대신 두번만 부었다.

소리 났다 - 2022.06.21 오전 9:48 1초간 약하게 뽀그르

짧고 약하게 소리가 났다.

프로젝트 중단 

현재 이 뜨거운 물 때려붓기 프로젝트는 중단한 상태다.
의외로 이 글을 보시는 분들이 많아 추가 내용을 적어본다.

위에 작성한 후로 몇 번 더 뜨거운 물을 붓긴 했다.
그런데 하수구 소리가 나는 게 랜덤이라
이게 효과가 있는 건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물 붓는 건 그만하고
소리가 날 때마다 체크해봤다.
언제 몇 초간 부글부글 소리가 났는지를

6월 20일부터 8월 25일까지
집에 있을 때 부글거리는 소리를 체크해보니까
총 32번, 짧게는 1초에서 길게는 15초까지 소리가 났다.
이걸 체크한 또 다른 이유는
관리사무소에 이야기를 할 때 
어느 정도 근거를 가지고 얘기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였다.

그리고 이걸 들고 관리사무소에 가서
소리가 이렇게 빈번하게 난다. 이야기 하니
방어적인 자세를 취하려고 하시길래

3월에 공용관 고압세척하는 거 나도 같이 지켜봤기 때문에
그게 잘못됐다는 말을 하려는 게 아니다,
그리고 고압세척 비용이 비싸기 때문에 자주 요청 드릴 수 없다는 거 알고 있다.
내가 말하고 싶은 건
이 소리가 난다는 거는 역류 현상의 전조라고 볼 수 있다는 거고
고압 세척을 하고도 얼마 안돼서 또 소리가 난다는 거는
이건 윗세대 중에서 뭔가를 하수구에 막 버리거나
불법 음식물 분쇄기를 쓰고 있는거라고 밖에 볼 수 없다.
게시판에 이런 것들 하지 않도록 안내문이라도 붙여달라.

그래서 한 달간 안내문을 게시해주셨다.
어차피 하수구에 막 버리는 진상은 안내문 같은 거 안 읽을 것 같긴 하지만..
이런 노력이라도 해야 내 마음이 편할 것 같았다.

그러고 나서도 소리가 가끔씩 나더니
최근(22.12월)에는 소리가 잘 안난다. 

김장 철에 하수구에 막 버려서 역류 사고 났다는
기사를 보고 두려워했는데 다행히 잘 넘어갔다.

또 언제 소리가 날지는 모르겠다.

최선은 각자의 집에서 양심적으로
하수구가 막힐 만한 것들을 버리지 않아야 하는 것인데
현실적으로는 어려운 일이라 답답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