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치 만나러 산에 오른 날

  집 앞에 야트막한 산이 하나 있다. 정상까지 오르는 데 10분이면 되는 작은 산. 우리는 작년에 뭉치를 이 곳에 묻어주었고 종종 찾아 안부인사를 건네곤 한다. 최근 들어 산책을 자주하면서 산을 거쳐갈 때도 있다보니 전보다 인사를 자주하게 되었다. 바빴던 형아의 안부도 대신 전해주며 그렇게 보고싶은 마음을 달랬다. 그러다 연달아 3일을 산에 올랐던 날. 그리고 그 날은 형아도 오랜만에 같이 갔던 날에 신기한 경험을 했다.

뭉치의 유골함을 묻어둔 자리

  지난 해 낙엽이 마치 이불 덮은 듯 푹신하게 깔렸는데 몇 개월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낙엽이 가득하다. 곁에 있을 때도 푹신하고 따뜻한 거 엄청 좋아하더니 여기 와서도 따뜻하게 낙엽이불 덮고 있네 하며 좋아했었다. 그렇게 여전한 낙엽이불을 바라보며 안부인사를 전하고 있는데 어디서 낙엽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둘러보니 조금 떨어져있는 무덤 비석 근처에 산비둘기 한 마리가 천천히 거닐고 있었다. 

  도시?비둘기와는 달리 예쁘게 생긴 산비둘기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는데, 이 녀석 점점 다가온다. 설마 설마 우리 있는데까지 오겠어 했는데, 신기하게도 뭉치를 묻어둔 자리 앞까지 다가와 천천히 걷고 낙엽 사이에서 뭔가를 찾기도 했다. 이렇게 거대한 우리가 안 보일리는 없을 터인데 도망가지도 않고 신기했다.

  남편과 나는 장난스레 쟤 뭉치 아니야? 잠깐 산비둘기 몸 빌려서 우리 보러 온거 아닐까?ㅋㅋ 하며 즐거운 상상을 했다. 

  계속해서 주변을 거닐고 있는 산비둘기가 신기해서 영상도 찍고 쭈그리고 앉아 쳐다보고 있는데, 갑자기 어디선가 꾸룩! 하는 소리가 나더니 다른 산비둘기가 날아와 놀고 있던 산비둘기를 쫓아냈다. 잘 놀고 있는 애를 왜 내쫓는담! 그러다 5초 뒤 왜 그랬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뭔가 경고성 울음소리와 함께 위험을 알려준 것 같다. 동지여. 넌 인간에게 노출됐다. 조심해! 하고 말이다.

  오랜만에 남편과 함께 뭉치를 만나러 가서 신기한 경험까지 해서 좋았다. 그래서 잊지 않으려고 이렇게 기록해본다. 뭉치야 넌 지금 어디 있니. 너의 종교가 무엇인지 몰라서 천국에 있을지 아님 환생을 했을지 아님 무의 존재로 돌아갔는지 모르겠네. 무엇이든 평화롭고 행복한 너이길 바랄게.

산으로 산책 갔던 때다. 어디서 낙엽 하나를 털에 끼워놨길래 귀여워서 찍은 영상. 우리가 좋아하는 영상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