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강아지가 눈 부신 듯 눈을 잘 못 뜰 때 (백내장, 시력상실 노령견 급성 포도막염 병원 비용 )

 

뭉치의 별장인 양털방석

 

월요일 저녁 퇴근 후 집에 갔더니, 웬일로 뭉치가 방석에서 머리만 들고 잠이 덜 깬 표정으로 =.=? 닝겐 왔나? 하지 않고 방석 밖에 서있었다. 
오오! 10시간만의 재회의 기쁨을 맛보고 주위를 둘러보다 방석 앞에다 흥건하게 싼 오줌을 발견했다. 아이고. 방석 밖에 왜 서있었나했더니 오줌을 참지 못하고 쉬하는 중이었던건가보다. 
오줌을 치우다 뭉치를 봤는데 뭉치 눈이 이상했다. 응? 뭉치야 너 눈이 왜이래?

뭉치는 노령성 백내장으로 시력을 상실한 상태다. 그래서 양쪽 눈의 수정체가 혼탁해져 눈이 뿌연 진주알 같다.
그런데 왼쪽 눈이 뿌연게 안보이고 검은 눈동자로 보이는거다. 게다가 눈이 부신 듯이 눈을 게슴츠레 하게 뜨고 그랬다.
뭐지? 눈이 갑자기 좋아지는 기적이 일어났나? 그래서 눈 부셔서 눈을 가늘게 뜨는건가? 생각까지 했다.

물론 말이 안된다고 생각했지만, 혹시나 하고 사물에 대한 반응이 있는지 테스트를 해봤고, 눈이 부신 건지 어두운 곳에 가서 확인을 해봤다.
역시 기존대로 사물에 대한 반응이 없었고, 어두운 곳에서도 눈을 게슴츠레하게 떴다.

이건 바로 병원행이다 싶어, 한 사람은 오줌을 마저 치우고 한 사람은 단골 병원에 전화를 했다. 단골 병원 진료 시간이 마감되어 집 근처 24시간 동물병원으로 급하게 갔다. 가는 날이 장날인지? 우회전 차로에서 직진 대기를 하는 XX를 만나고, 교통 사고 현장까지 있어 마음이 더 조급해졌었다.

부랴부랴 병원에 도착해 접수를 하고 30분 뒤에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
의사 선생님께 "백내장 시력 상실한 강아진데, 갑자기 퇴근하고 와보니까 눈을 잘 못 뜨고 흰색 혼탁한 부분이 없어졌어요!"라고 증상을 설명했다. 그러자 의사 선생님이 육안으로 한번 보시곤 눈의 단면도 그림을 띄워놓고 설명을 해주셨다. 

"지금 이 부분이 수정체인데요. 지금 뭉치 같은 경우 이 부분이 혼탁해지고 단단해져있는거구요. 이 수정체를 잡아주고 있는 지지대 조직이 약해지면 수정체가 탈구되는 경우가 있어요. 수정체가 후방으로 탈구됐을 가능성이 있는데 그건 초음파로 찍어봐야 확실히 확인해볼 수 있을 것 같네요."

(수정체 전방 탈구, 후방 탈구 구분과 증상, 치료에 대한 내용을 잘 써둔 포스팅 공유 ↓)

역삼동물병원 강아지 백내장과 수정체탈구 우유 이야기

헉. 수정체 탈구라니. 생각지도 못한 병명이라 충격이었다. 

"수정체 탈구면 뭐 후처치라던가 치료라던가 해야될게 있을까요?" 라고 물어보니 수정체가 후방 탈구되는 경우에는 안약으로 보존치료하는 것 말고는 딱히 없다는 식으로 말씀하셨다. 나중에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수정체를 제거하는 치료 방식도 있었다. 탈구된 수정체로 인한 녹내장, 포도막염 합병증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한다.

우선 수정체 탈구가 맞는 지부터 확인을 해야하니 초음파 검사부터 했고, 곧 결과를 들을 수 있었다.

"검사 해보니, 수정체는 제자리에 정상적으로 위치해있네요. 수정체 탈구가 아닌 포도막염으로 보이고요. 포도막이 바깥 쪽이 아닌 안쪽에 있는 막이라 직접적으로 다치는게 아니라, 눈을 감고 있는 상태에서 부딪혔을 때처럼 간접적으로 염증이 생길 수 있어요. 뭐 둔기로 눈 쪽을 맞았다거나..할 때 생길 수 있고요. 혼탁이 안보였던 건 포도막염으로 인해 홍채가 닫혀있는 상태라 수정체가 가려져서 그렇네요. 지금 통증이 아마 심할거에요. 안약 2가지 드릴테니 넣어주시고 내일 내원하셔서 상태 한번 더 보도록 할게요."

헐. 수정체 탈구가 아닌 포도막염이라니. 이것도 생소하다. 증상 설명할 때 하얀 부분이 [없어졌어요!]라고 말해서 수정체 탈구를 먼저 의심하셨던 모양이다. 
어쨌든 설명을 들으니, 아 요즘 더 부딪히고 다니는 것 같더라니 ㅠㅠ 어딘가에 세게 박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찾아보니 포도막염의 원인이 다양한데, 둔기로 눈을 맞았거나 할 때 생길 수 있다고 해서 솔직히 기분나쁘고 황당했다. 우리가 둔기로 때렸다는거야 뭐야)



병원에서 가장 긴장되는 순간. 진료비 수납 시간이다.

속으로 '30만원? 그 이상은 오바다..!' 생각하며 수납원의 입을 쳐다봤다.

"오늘 뭉치 안약 처방이랑 진료비 다 해서 11만 6800원 나왔습니다."

오..! 예상보다 훨 적게 나왔다. 진료비 상세 내역서를 받아보자 각각 아래와 같은 금액이었다.

1. 진료비 비용 - 8,800원
2. 눈 초음파 검사 비용 - 55,000원
3. 안압 검사 비용 - 20,000원
4. 항생제 안약 - 22,000원

포도막염인 경우 안압이 정상 범위보다 낮고, 녹내장인 경우에는 안압이 정상 범위보다 높다고 한다. 그래서 안압 검사를 추가로 하신 듯 하다. 
뭉치의 경우 아픈 눈의 안압이 정상 범위의 최저치에 속해서 정상이긴 한데, 아마 아프기 전에 안압이 높은 상태여서 그런 것 같다고 한다. 포도막염 치료가 되고나면 안압검사를 추가로 받아서 계속 높은지 체크를 해봐야할 것 같다고 하셨다.

병원에서 안약을 먼저 넣고 집으로 돌아오니 밤 9시였고, 한시름 놓았다고 생각하는 동시에 배가 고팠다.
그런데 뭉치도 긴장이 풀려서일까. 안약을 넣어서일까.
너무 아픈지 징징대며 머리를 계속 흔들었다 ㅠㅠ 맴찢
머리를 흔들면 좋지 않을 것 같아 꼭 안아줬다. 아파서 식욕도 없으면 어떡하지 하고 간식을 줘봤는데 그 순간만큼은 안아픈 개 같았다. ㅋㅋㅋㅋ 다행이야 식욕은 왕성하군.
어느 정도 진정된 것 같길래 밥을 챙겨줬더니 왁왁 저돌적으로 먹는다 ㅋㅋ

약 넣고 한 시간 정도 지나고부터는 머리를 흔들지 않았다. 다행!

다음날 아침. 일어나자마자 남편한테 뭉치 상태를 물어봤더니 직접 봐야한다며 데리고 왔다.
진주 눈알 돌아왔구나! 참나 진주 눈알이 반갑기는 또 처음이다. 😏

다음날 저녁에는 남편 혼자 뭉치 데리고 병원에 갔고, 많이 좋아졌다며 하루에 4번 넣던 안약을 2번만 넣어주고 며칠 뒤에 안압 검사만 추가로 해보자고 하셨다고 한다. 

평상시와 다른 이상한 증세 보고 바로 병원 가기를 잘했다. 포도막염은 초기에 치료해야 호전이 빠르고 만성이 되어버리면 합병증도 발생할 수 있다고 한다. 

백내장으로 인해 시력을 상실했지만, 염증 같은 것은 없었는데.. 조심조심 잘 다니길래 괜찮겠거니 했는데 언제 세게 박은거니. 앞이 안보이면서도 용맹한 말티즈+푸들답게 너무 빨빨거리고 돌아다녀서 사람 다리에 부딪히기도 자주 부딪힌다. 앞으로 좀 더 신경 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