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을 하나하나 정리하고 있다

  뭉치가 무지개다리를 넘은지 세 달 가까이 된다. 뭉치가 쓰던 물건들 중 유통기한이 있는 것들 위주로만 빠르게 정리하고, 49재를 챙겨줄 마음이었기 때문에 49재가 되기 전까지는 건강했던 뭉치가 생활하던 모양새로 잘 정돈해뒀었다. 

 

49재가 지나고 이제는 물건을 정리해야겠지하고 마음만 먹고 계속 방치해뒀었다. 누구에게 이 물건들을 줘야할까하는 고민에 더 방치했던 것 같다. 초반에 새거나 다름 없는 몇 가지를 중고사이트에 올려 판매해봤는데 영 마음이 좋지 않았었다. 좋은 사람이 가져갔으면 하는 욕심에 점점 물건 파는 게 스트레스였다. 그래서 누구에게 줘야 마음이 편할까 고민을 했었다. 태워버린다거나 버리기엔 마음이 안내켰다. 게다가 뭉치 마지막에 급히 산 물건들도 많았기에 새거같은게 많아 아깝기도 했다.

결국 고양이를 키우는 내 친구와 강아지를 키우는 친구 남친에게 물건의 대부분을 주기로 했다. 우리집에 몇번 놀러와서 뭉치를 참 예뻐해준 친구다. 또 내가 뭉치를 키우면서 힘들 때마다 많은 위로가 되어주기도 했다. 뭉치가 아프고나서 아직은 조금 걷기도 하고 컨디션 좋을 때 한 번 놀러오라는 말을 잊지 않고 찾아와주었다. 이 때는 친구 남친과 함께 방문을 했는데 친구 남친의 마음 씀씀이에 크게 감동했다. 뭉치가 먹을 수 있는 건강한 간식을 챙겨줬는데, 고르는데 정말 고민을 많이 했겠다는게 느껴졌다. 게다가 그 간식들은 뭉치 약 먹이는데 아주 큰 일조를 했다. 

꼭 아주 가까운 사람으로부터만 도움을 받고 마음의 위로를 받는 건 아니라는 걸 이번에 경험했다. 오히려 가까운 사람이고 사정도 잘 아니 위로가 되어줄 것이라 생각하지만 그런 건 나의 착각이라는 것도 뼈저리게 느꼈다. 뭉치가 떠나고 나니 모든 게 선명해졌다. 나도 그냥 어리석은 사람들 중 하나일 뿐이라는 것도, 잃고나서야 깨닫는 아둔한 사람이라는 것도. 뭉치 그 작은 털뭉치가 참 나에게 많은 걸 깨닫게 해준다. 그래서 더 미안하고 후회된다. 

물건에 연연해하고 싶진 않지만, 하나하나 다 추억이 깃든 것들이라 인간의 망각이 빠르게 진행되기 전에 기록해보고자 한다. 

1. 배변판

배변판은 정말 할 말이 많은 그런 물건이다. 일단 사진에서는 잘 안보이겠지만 똑같은 제품 2개를 쌓아둔 상태다. 이사 올 때 뭉치와 세월을 함께 보낸 배변판을 같이 들고왔었는데, 초반에 배변훈련한다고 참 용을 썼던 기억이 난다. 단계적으로 간다고 처음엔 배변패드만, 그 다음엔 배변판 바닥만, 그리고 마지막으로 뚜껑 올리기까지. 10년 넘게 쓴 니 물건인데 왜 싸지를 않니~~ 하며 뭉치를 붙들고 얘기했던 기억. 

배변판을 왜 하나 더 샀더라? 아무튼 거실에 하나 방에 하나 두려고 샀던 것 같다. 10년 넘게 썼는데도 멀쩡하고 냄새도 잘 잡아줘서 혹시 지금도 판매하려나? 하고 찾아보니 여전히 팔고 있었다. 대단해. 물그릇 2개 놔줬더니 잘 쓰고, 똑같은 배변판이라서 금방 적응해서 써줄 줄 알았는데, 안써줘서 이것도 참 애먹었었다. 결국 뭉치가 거실 배변판 가는 코스에 놔서 그래도 잘 썼다. 

2. 코담요

사진 속 담요는 두번 째로 산 코담요다. 첫번 째 코담요는 결혼하기 전인 2017년 쯤인가, 아직 뭉치가 우리 가족이 아닐 때 샀다. 초록색 베이스의 튼튼하게 잘 만든 제품이어서 뭉치가 우리집에 오고나서도 잘 쓰다가 오래 쓰기도 했고 뭉치가 너무 쉽게 해서 난이도 높인 담요로 교체한 게 바로 이 핑크 담요다. 사실 나중에도 언급하겠지만 뭉치가 노즈워크를 참 잘했기에 코담요보다 더 어려운 뽀꼬몬이라는 장난감도 같은 시기에 샀다. 뽀꼬몬을 주, 핑크담요를 부 장난감으로 샀던 건데 뽀꼬몬은 뭉치가 쓰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장난감이였다. 그래서 결국 뭉치가 무지개다리 건너기 전까지 유용하게 쓰였던건 이 핑크 담요였다. 

핑크 담요를 샀을 당시만 해도 뭉치가 쉽게 간식을 찾아 순식간에 게임이 종료되었던 터라, 저 수술? 부분을 막 묶기도 하고 긴 끈을 리본으로 묶기도 했었다. 그런데 뭉치가 아프고나서는 육체의 기능이 많이 떨어져 냄새도 잘 못 맡고 걷기도 힘들어해 담요 위에 간식을 던져놓는 식으로 노즈워크를 했었다. 그래도 뭉치가 그 아픈 몸을 이끌고 간식을 찾아 먹었던 것 보면 노즈워크를, 코담요를 참 좋아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도 코담요를 사길 잘했다.

힘든 몸을 이끌고 노즈워크 후 그 위에 누워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