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리모델링, 샷시교체 - 기록 3 :: 보관이사 할 것이냐 말 것이냐

  이번 리모델링을 결정하게 되면서 가장 큰 문제였던 점은 거주 중인 상태에서 공사를 하려다 보니 아무래도 짐들을 어떻게 할 것이냐였다. 처음에는 보관이사를 하면 어떨까 했다. 하지만 쩐이 문제였다. 보관이사는 보통 이사 비용의 2배로 드는데다가 짐을 보관하는 비용까지 들기 때문에 돈이 꽤나 들어간다. 대충 200은 잡아야할 것 같아 부담스러웠다.

  애초 공사를 하게 된 원인이 싱크대 공용 오배수관 역류 때문이었기에 보험사에 이 비용을 청구하는 것도 생각해봤었다. 그런데 그 때 당시만 해도 저 사고로 인해 필요한 공사는 거실 바닥만이어서 이걸로 보관이사 비용까지 청구하는 건 좀 그렇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있었고, 만약 청구한다면 거실 바닥 공사만 하는 걸 기준으로 보관이사 일수와 이삿짐 양을 추려야 했는데 그것도 머리가 복잡해질 듯 했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그냥 청구할 걸 그랬다는 생각이 든다. 왜냐면 너무 힘들었거든...

  어쨌건 보관이사는 비용의 압박으로 인해 포기하고 창고 대여하는 것도 생각해봤었는데,  오호스페이스니 다락이니 하는 셀프 스토리지 서비스들은 한달 기준으로 이용료를 내야했고 공간이 아무리 커봐야 1평도 안됐다. 
그래서 김포 쪽에 있는 컨테이너 창고도 알아보긴 했는데 온라인 상으로 가격 정보를 알아낼 수도 없고 또 후기를 찾아보니 하나의 컨테이너에 여러 고객의 짐을 같이 보관했다가 짐이 없어지는 경우가 있었다. 업체에서 나몰라라 하는 것 뿐만 아니라 적반하장으로 화냈다는 걸 보고는 아 괜히 리스크를 더 늘리지 말자 싶어 접었다. 

  결국 우리가 선택한 건 덩치가 큰 짐들은 친정집에 가져다두고 나머지는 최대한 집 안에서 해결하는 방법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방법으로 짐 보관에 성공하긴 성공했는데..너무 힘들었어서 다음번에 비슷한 상황이 생긴다면 또 선택할 지는 모르겠다.

일단 친정으로 옮긴 큰 짐들은 가을 겨울 외투, 요가매트 2개, 미니포켓다이, 캠핑 물건, 쿠션 4개, 커텐 3개, 극세사 이불 하나 등등 이다. 적어놓고 보니 별로 안되는 것 같지만 죄다 부피가 큰 녀석들이라 집에다 두면 넣어둘 공간이 부족할 게 뻔했다. 특히 커텐은 부피가 어마어마했다. 두꺼운 암막커텐에 속커텐까지 있는 녀석들이라서...  이것들을 소형suv차로 두 번에 나눠 옮겨갔는데, 짐 양으로 치면 한번에 어떻게 꾸역꾸역 갈 수 있었지만 공사 전날까지 커텐이 꼭 있어야하는지라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그리고 집 안에서 신발장과 주방 키큰장, 베란다 붙박이장이 철거될거라 그 안에 있는 짐을 다 빼서 어딘가에 쑤셔 넣어야 했다. 

그리하여 결정된 우리집 핵심 이삿짐센터(?)는 바로 이 공간이다.

화장실 옆에 이런 창고같은 공간이 있는데, 평상시에 겨울 외투 보관하는 옷장이자 각종 짐들을 수납하는 창고로 쓰고 있었다. 

이 곳에 기초공사(?)로 책부터 차곡차곡 쌓기 시작했다. TMI지만 치즈인더트랩 5박스를 한쪽에 넣었더니 너비가 딱 맞아서 소름이었다..! 이건 데스티니..! 

치인트 넌 데스티니야

 

박스 형태의 책들부터 차곡차곡

박스형태의 책들부터 바닥에 쌓아주었다. 소중한 책들이라 책들끼리 높이가 잘 맞아 어디 찍히는 일 없도록 심혈을 기울였다.

그리하여 완성된 모습..! 이걸 보고 느꼈다. 아 우리 책 그렇게 많은게 아니었네. 역시 책장 수납력이 안좋다라는 결론.
어쨌든 높이 맞춘다고 꽤나 고생했다. 가운데 큰 앨범 4개는 나의 초등~대학 졸업앨범이다. 그동안 쓸모없지만 왜인지 버리지 않고 가지고 있던 짐이었는데, 이번에 훌륭한 마감재(?)로 쓰였다. 몇 번 책 위에 올라가봤는데 튼튼했다.

그리고나서 이 책들 위로는 각종 짐들을 차곡차곡 쌓았다.

책들 상할라 담요 한장 위에 깔아주고 리빙박스와 캠핑박스에 짐 가득 때려넣어주고 

바로 이게 최종진화 모습이랄까....정말 꽉꽉 채워넣었다. 여기에 그러니까 서재의 짐 대부분이 들어가고 침실 협탁, 청소기 등등 넣을 수 있는건 그냥 뭐 다 넣었다.

아무튼, 이 공간 없었으면 어쩔 뻔 했지? 싶을 정도로 최고의 수납이었다. 물론 내가 테트리스를 잘한 것도 있고 후후..😛

이렇게 창고에 먼저 다 넣고난 다음에는 비워둔 장롱 한칸에 모니터 2대와 공기청정기 등을 넣고, 또 다른 장롱 칸에 공간을 만들어내서 탈수기도 넣고 커피머신도 넣고 암튼 많이도 넣었따....ㅎ

그리고 신발장의 신발 중 버릴 신발은 버린 다음에 각각 작은 비닐봉지로 한번 싸매 준 다음 큰 비닐에 모두 넣어 차량 2열에 넣어 싣고 다녔다 ㅋㅋ 공사 중에 신발 바꿔 신을 수 있어서 편했다 😂

잔짐들은 이렇게 해결을 하고, TV, 냉장고, TV장, 에어컨 등등 가전 가구는 그 자리에 그대로 두었다. 거실에 있는 가전가구는 작업자들이 옮겨가며 작업을 할거라 보양만 했다.

예상보다 글이 길어졌다. 하지만 이것도 최대한 요약해서 쓴거다. 실제론 일이 너무 많았다 😭 
처음에도 이야기 했지만, 다음 번에 또 이렇게 하겠냐고 묻는다면 글쎄요....다. 

다음 편엔 뭘 쓸까. 셀프 보양한 이야기를 써야겠다. 
누가 읽어줄까 싶긴하지만 읽어주신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갑자기 분위기는 마지막편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