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이사 적응기 Day 20 - 마지막 적응 이야기 (켄넬 문 닫기 훈련)

  어제와 마찬가지로 아침 사료 가지고 하우스 훈련을 했다. 사료를 한번에 주지 않고 찔끔씩 주니 뭉치는 맘에 들지 않는 눈치다. 그래도 체중 관리는 해야지!

나 : 그래도 조금씩 이해하는 것 같지?
짝꿍 : 아마도..?ㅋㅋㅋ
나 : 절반의 확률로 하우스 명령어가 먹히는거 같긴한데ㅋㅋ
짝꿍 : 맞아! 근데 하도 하우스 외치니까 힘들다ㅋㅋ
나 : ㅋㅋㅋ응 기 빨리는 듯..
짝꿍 : 이따가 한 번 문도 닫아볼까?
나 : 그러자

 

  점심 먹고 하우스 훈련을 또 했다. [하우스]라고 말했을 때 10번 중 4번은 알아서 들어갔다. 들어갔을 때 더 좋은 인식을 주기 위해 간식을 더 넣어주기도 했다. 뭉치가 들어가 있을 때 문을 조용히 닫고 철창 구멍 사이로 간식을 넣어줬다. 그럼 뭉치는 간식에 정신이 팔린다. 그 때부터 한 20분 정도를 켄넬 안에 있도록 했다. 좀 낑낑대고 문을 긁긴 했지만 그런대로 잘 있었다. 호오 괜찮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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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녁 시간. 우리가 밥을 먹는 동안 뭉치는 켄넬에 얌전히 쉬고 있었다. 흠. 들어가 있는 김에 문 닫는 거 또 해볼까 싶어 남편이 간식을 좀 주고 문을 닫았다. 20분 정도 문을 닫아두었는데, 가만히 앉아 우리를 바라보았다. 마지막 5분 정도는 낑낑대며 "욘석들 문을 열어라" 항의하기도 했다. "알았어 알았어~ 설거지만 하고 열어줄게!"

  부랴부랴 설거지를 하는데, 우리 둘 다 자기 시야에서 안보이자 왈! 깨앵! 하고 첨 듣는 소리를 냈다. 어이쿠 그런 소리도 내? 주방 정리를 마무리하고 켄넬 앞으로 갔다. 가서 바로 문을 열지 않고 간식을 먼저 넣어줬다. 뭉치가 간식을 열심히 찾아 먹고 있을 때 문을 슬쩍 열어두었다. 문을 연 뒤 투명 개 취급을 하기 위해 각자 할 일 하는 척 했다. 한참 낑낑댈 때 문을 열어주고 오구오구 하면 켄넬에 갇혀있다라는 생각이 더 들까 싶어 한 행동이었다. 별 것 아니야~ 넌 니 쉼터에서 쉰 것 뿐이야~

문 닫아놓았는데 자는 뭉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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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화도 시킬 겸 셋이서 산책을 나섰다. 산책만 한다기엔 슈퍼를 꼭 들리긴 하지만..ㅋㅋ 슈퍼에 혼자 들어간 남편을 기다리고 있는데, 어떤 아저씨가 장을 보고 나왔다. 그런데 뭉치가 아저씨한테 다가가길래 산책줄에 락을 걸었다. 낑낑거리는 게 아저씨가 짝꿍인 줄 안 모양이다. 나이가 나이인 만큼 눈이 잘 보이는 편은 아닌데, 밤에 더 심하다. (심지어는 밤에 날 보고 짖을 때도 있다.ㅋㅋ)

  아저씨가 멀어지자 낑낑 댔고 그걸 본 아저씨는 강아지를 좋아하는 분이었는 지 곁으로 다가오셨다.

아저씨 : 왜그러니~

아저씨가 가까이 다가오자 짝꿍이 아닌 걸 알아챈 뭉치

왈와롸와뢍라라라왈!!!!

  민망해서 말을 주절주절 늘어놓았다.

나 : 하하. 강아지가 나이가 있어서 눈이 잘 안보여요~ 다른 사람으로 착각했나봐요^^;
아저씨 : 아하. 몇살인데요?
나 : 15살이요. ㅎㅎ
아저씨 : 어이구 나이 많이 먹었네~ 우리집에도 말티즈 한 놈이 있어요~
나 : 아 그러세요?ㅎㅎ
아저씨 : 예~ 아직 4살이에요.
왈와롸오라와로알!!!
아저씨 : 어이구 간다 가. 고놈 참 우렁차니 기운 있어 좋네!
나 : ㅎㅎㅎㅎ;; 들어가세요~ 야 임마. 누나 민망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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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적응일기를 마치며

 

   뭉치가 우리집으로 이사 오고 약 20일 간의 기록이 끝이 났다. 한달 정도 기록할 생각이었는데, 뭉치가 생각보다 빨리 적응했다. (내가 내 시간을 갈아 넣었으니 쿨럭) 약 3주 정도만에 배변 훈련, 분리 불안 훈련 등이 잘 됐다. 정말이지 데려올 때만 해도 적응기간을 3개월 잡았는데 3주라니. 알고보니 뭉치는 천재견?!ㅋㅋㅋ 오빠랑 둘이서 이것저것 찾아 공부하고 훈련해보고, 오줌 싸면 닦고, 낑낑대는 거 힘들게 모른척 하고..둘이서 고생 많이 했다 싶다. 고맙게도 우리의 고생을 알아준건지 뭉치가 눈에 띌 정도로 적응하는 게 보였다.

  일지를 쓰다보니, 이것저것 정보를 공유하고 싶은 욕심에 많은 내용을 썼다가 지우기도 했다. 말그대로 일지니까 하루하루의 흐름에 따라 글을 쓰는게 맞다 싶어서. 지금 뭉치는 잘 지내고 있는데, 어느 정도냐면 오빠랑 우스갯소리로 하는 말이 있다. "뭉치가 다시 1살된 것 같애ㅋㅋㅋ" 15년 동안 살았던 이전 집에서 더이상 새로울 것이 없었지 않았나 싶다. 산책도 자주 시켜주질 않았으니..게다가 얼마나 호기심이 많아졌는지 보이는 것마다 킁킁대며 관심을 갖는다. 산책을 나가서도 집중해서 노즈워크를 한다. 또 식욕도 왕성해지고 물도 잘 먹는다. (근데 오만 것 다 먹을라 그러는 건 좀..)

  마지막으로 나를 잘 따라줘서 참 고맙다. 이렇게 건강하고 행복하게만 지내주면 좋겠다, 뭉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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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이사 적응기 글 이사(블로그 이동)이 끝났다. 나름대로 잘 쓴다고 쓴 글이 옮기면서 보니 허술하고 매끄럽지가 않았다. 조금 고치긴 했는데 나중에 보면 또 이상하다고 생각할 듯 싶다. 

뭉치의 현재 나이는 16살. 한 달만 있으면 17살이 된다. (고등학교 입학하네?) 다른 일상 글에도 썼지만, 적응한다고 끝이 아니었다. 재작년에 크게 아팠던 것 때문인지 이사 온지 얼마 안되어 백내장이 빠르게 진행됐고, 지금은 양 눈 모두 시력이 없다. 그러다보니 저 때 열심히 했던 하우스 훈련 등이 지금은 쓸모가 없다 ㅋㅋ 그 땐 필요하다고 생각했으니까 열심히 했지만. 그리고 그렇게 낯선 사람만 보면 짖어서 힘들게 하더니, 이제는 보이지 않으니 짖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가끔 짖는 소리가 듣고 싶어 놀려 먹을 때도 있다.

그렇게 뭉치가 시력을 잃어가면서 힘든 일들을 많이 겪었다. 밥도 잘 안 먹고 새벽에 안자고 낑낑대고 돌아다니고. 그 때는 뭉치가 왜 그러는지 잘 몰라 더욱 힘들었다. 뭉치 입장에서는 갑자기 눈이 안보이고 그러니 불안했겠지.

또 현재(2019년 12월)에는 잘 지내고 있다. 눈이 보이지 않는 것도 금방 적응을 해서 산책도 잘하고 밥도 잘먹고 잘자고 잘 놀고 그런다. 

되돌아보니 좋았다가 나빴다가를 반복하는 것 같다. 힘들었던 일들도 지금 생각해보면 깜짝 놀랜다. 와 뭉치가 그럴 때가 있었다고? 그럴 때에서야 비로소 빠르게 흘러가는 뭉치의 시간을 절실히 느낀다. 올해 가을이 끝나갈 쯤 셋이서 낙엽 밟으면서 산책을 했다. 작년에 낙엽 밟으면서 뭉치야, 내년에도 낙엽 밟으면서 산책하자 했었는데, 그 약속을 지켰다. 그런 의미에서 뭉치야, 우리 내년에도 가을에 낙엽 밟으면서 산책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