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이사 적응기 Day 18 - 배변 훈련은 성공적으로 끝이 나고

  추석 후유증인지 아무 것도 하기 싫고 잠만 자고 싶었던 날이다. 느지막히 일어나 거실로 나갔는데, 문득 이제 배변판 뚜껑을 올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변판 뚜껑과 바닥을 합체 시키고 뭉치랑 굿모닝 인사를 했다. 그러다 잠깐 방에 들어갔는데 뭉치가 배변판 올라가는 소리가 나는거지. 슬쩍 내다보는데 뭉치랑 눈이 딱 마주쳤다. 그러더니 볼 일 안보고 내려와 버린다ㅠㅠ 아우 좀만 더 있다 나가볼 걸! 완전체 배변판에 싸준다면 정말로 배변훈련이 끝나는 셈이라 마음이 조급했다.

합체된 배변판

도로 방에 들어와 숨죽여 기다렸다. 잠시 후 다시 배변판에 올라가는 소리가 들렸다. 예! 드디어 쌌구나!
  그동안 고생했던 것들이 떠오르면서 뭉치가 참 기특하다 싶었다. 15살의 나이에 첫 이사를 겪게 한 것도 미안할 지경이었는데 이렇게 적응을 잘해주니 말이다. 나이가 있으니 한 3개월은 배변 훈련을 해야겠지 싶었는데 3주도 채 안돼서 훈련이 끝났다. 기쁜 마음으로 아점을 챙겨먹고 있는데, 참 고맙게도 뭉치가 배변판 위에 똥을 싸주신다. 꼭 밥 먹을 때 싸야겠니? 저 개 참 특이하다 싶었는데, 유튜브 보듬채널의 무엇이든 물어보세요를 보니 많은 개들이 그런 듯하다. 개들이란.. 아무튼 밥 먹을 때 똥을 싸든 말든 무시하는 거다. 아점 다 먹고 똥을 치운다. 밥을 먹었는데도 여전히 기운이 없어 잠이나 자자 싶어 다시 방에 들어가 잤다. 집념의 개 뭉치는 거의 한 시간 가량을 문을 긁고 킁킁댔다. 밤에 들어가 자는 것 말고는 방문 닫는걸 용납해주지 않는 할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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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저녁 시간. 갑자기 장난기가 발동해 뭉치 물 마시러 간 사이에 남편이랑 같이 베란다에 숨었다. 술래잡기 한 번 해보자고! 곧 목을 다 축인 뭉치가 거실로 나오는 발톱 소리가 들렸다.

"뭉치야~"
"뭉치야!"

  이름을 불러 소리 나는 곳을 알려주려고 했는데 못 찾는다. ㅠㅠ 한참 뒤에야 베란다 쪽으로 왔다. 고마워..추웠어.. 이렇게 뭉치가 잠깐 정신 팔았을 때마다 열심히 숨고 "뭉치야~" "뭉치야~" 불러봤지만 즐거워하는 것 같지도 않고 무엇보다 사람만 힘들었다. 무엇을 위해 숨었는가...

"에고 힘든데 맥주나 마실까?"

  비싼 IPTV 가입해두고 잘 보지 않는 우리는 하루에 5분 이상 TV를 보자는 요상한 규칙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TV를 틀고 맥주 타임을 가졌는데, 뭉치가 뒷발로 일어서서 자기도 소파에 올려달라고 난리부르스를 췄다. 예전 집에서는 이런 적 없었다는데 왜 그러는 걸까? 사실 너 뭉치 아니지?!
  우리는 무언가 먹고 있을 때는 뭉치를 무시하자는 규칙을 세웠다. 그래서 소파에 올려주지 않고 TV에만 시선을 고정했다. 그런데, 뭉치가 날이 추워 바닥에 깔아둔 극세사 이불이 뭉쳐진 부분으로 오더니 "흡" 소리와 함께 뛰어올랐다. 띠요옹 정말 깜짝 놀랐다. 과거 언젠가 소파에 올라가려다 미끄러진 이후로 올라가려 한 적도, 올려달라고 징징댄 적도 없었다던 강아진데! 이불 덕에 뛰어오를만 했나보다. 뭐 먹나 킁킁 한번 보더니 내 옆에 엎드려 쉰다.

 

강아지 이사 적응기 Day 19 - 폭풍이 지나갔으니, 크레이트 훈련을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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