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옷 수선집 고양이 행운이

핑크젤리 대공개 😻

  동네 옷 수선집에 살고 있는 고양이 행운이다. 가게 전면 유리 하단에 전체적으로 보라색 시트지가 붙어있었는데 언젠가 지나가다 보니 저렇게 귀퉁이에 행운이가 보였다. 햇빛 쬐기 좋아하는 고양이를 위한 것이였겠지만, 행운이 있나? 기웃기웃 쳐다보고 다니는 나에게도 너무 기쁜 일이었다. 

  즐겨다니는 산책 코스에서 돌아오는 길에 옷 수선집이 있다보니 매번 저 귀퉁이를 꼭 체크하고 간다. 행운이가 저기 있으면 기뻐하며 조용히 사진만 찍고 바라보다 가고, 없으면 아쉬워하며 지나간다. 그러다 오랜만에 옷 수선 맡길 것이 생겨 어디로 갈까 고민을 하다가 행운이 생각이 났다. 행운이네에 두 세번 맡겼다가 수선비가 비싼 것 같아 좀 더 먼 시장 수선집을 다녔던 것 같긴 한데.. 시장 가기도 귀찮고 무엇보다 행운이 볼 건수가 생겼으니 그냥 가자 😊

  산책을 갔다 돌아오는 길에 수선 집에 들렀다. 가게 안을 들여다보니 손님 한 분이 계셨다. 가게가 작아서 손님이 나오면 들어가려고 밖에서 기다렸다. 행운이가 귀퉁이에 있었으면 구경했을텐데 나와있지 않았다. 그런데 손님이 가져온 옷이 한 두벌이 아닌가보다. 5분이 지나도 나오지 않았다. 결국 사장님이 문을 열고 나와 들어오라고 하셨다. 

아직 앞의 손님 볼 일이 끝난 것 같지 않아 후다닥 맡기려고 했다. 

"청바지 기장 수선하려구요!"  - 나
"이거 밑단 살릴거에요?"  - 사장님

"음 아니요~ 그냥 해주세요." - 나
"이거 밑단 안 살리면 안 예쁜데 괜찮겠어요??" - 사장님

" 괜찮아요 ^^; 이거 밑단 살리면 비용 더 들지 않나요?" - 나
" 비용 차이 나지. 근데 이게 비용이 문제가 아니라 이 밑단 살리고 안살리고가 차이가 커요! " - 사장님

" 아...안살려도 될거 같아요! ㅎㅎ"  - 나
" 이거 누구건데요?"  - 사장님
" 남편거에요!" - 나
"남편꺼는 안예뻐도 괜찮아요?" - 사장님

"ㅋㅋㅋ아뇨. 이게 싼 청바지라서요. 비싼 바지면 밑단 살리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이건 싼 바지라서 굳이..ㅋㅋ" - 나
"이게 싸고 비싼 게 중요한게 아니에요." - 사장님

듣다 못한 앞의 손님이 끼어들었다. 😅

"아니 뭔데 그래요?" - 앞 손님
"아니 이게 어쩌구 저쩌구" - 사장님
"그 밑단 살리는게 가격이 얼마 차이나는데요?" - 앞 손님
"오천원~!" - 사장님
"에이 그럼 밑단 살려야지~~!!" - 앞 손님

😅😅😅

"근데 제가 여기서 청바지 밑단 수선해봤어요~ 그 때도 그냥 안살리고 했는데 괜찮았어요!" - 나
"아 그래요? 해봤으면은 아시겠구나" - 사장님 

휴. 드디어 밑단 살리기 뫼비우스의 띠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알고보니 밑단 안살릴게요~ 하고 맡기고서는 수선된 청바지를 보고 마음에 안들어했던 손님들이 많았던 모양이다. 그렇다보니 사장님이 정말? 정말 밑단 안살릴거야? 이런 반응이셨던 듯. 

드디어 청바지 맡기기 절차를 마치고서야 행운이가 어디있나 둘러볼 수 있었다. 그런데 행운이가 보이지 않았다. 행운이 어디 갔냐고 여쭤보자 여태 계속 나와있다가 저기 안쪽에 있다고 하셨다. 안쪽으로 살짝 들어가보니 행운이가 몸을 동그랗게 말고 쉬고 있었다.

"행운아!"
"냐옹"

행운이는 대답을 잘하는 고양이라 말을 시키면 냐옹냐옹 잘도 한다. 오랜만에 쓰다듬어주며 잘 지냈는지 물어본다. 아직 손님도 남아있고 해서 아쉽지만 짧게 행운이와 놀고 가게를 나섰다. 그나저나 청바지 밑단 수선이 오천원이라니..비싸네. 시장 수선집은 삼천원인데...쩝. 그래. 행운이 간식도 못줬는데, 행운이 간식값 포함이다 생각하자~ 그리고 행운이 보고 행복했으니 오천원이면 싸다 싸!

그 날 남편에게 청바지를 맡기러 행운이네에 갔던 이야기를 하며 청바지 밑단 수선 비용이 오천원이라고 하자 "으엑 비싸네" 라는 반응이었다. 역시 나와 똑같군.

"나도 비싸다고 생각했는데 행운이 간식값 포함이다 생각하려고~" - 나
"아 그래 그러면 괜찮네ㅋㅋ" - 남편

요상한 논리로 행복해진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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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바지 수선이 다되었으니 찾으러오라는 연락이 왔다. 행운이 또 보겠구나~! 하고 청바지를 찾으러 갔다. 

또잉! 이건 흔한 일이 아닌데! 행운이가 가게 앞에 나와 햇빛을 쬐고 있었다. 줄을 차고 있으니 걱정할 것은 없다. 신나서 행운아! 하고 부르니까 바로 쳐다보며 대답을 해준다. 행운이 앞에 쪼그려 앉자 곧 사장님이 나와보셨다. 쓰다듬다 보니 행운이 목에 오리 스카프가 둘러져있는 걸 발견했다. 행운이 스카프했네~ 하자 사장님이 대신 대답을 해주셨다. 익명의 행운이 팬이 언젠지도 모르게 목에 둘러주고 갔다고 한다. 본인에게는 스카프 선물해주는 사람이 없다는 말과 함께 🤣 이 동네에 행운이 팬이 많다고 하신다. 그럴 수 밖에 없다. 행운이 이렇게 얌전하고 예쁜데 누가 안 좋아하겠니. 

동네 사람들 사랑 많이 받으며 행복하고 건강하자 행운아. 다음엔 나도 조공용 선물 하나 챙겨갈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