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붕어싸만코 좋아하네

어제 드디어 인정했다. 나..! 붕어싸만코 좋아하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떡붕어싸만코. 

  언제부터 좋아하게 됐을까 곰곰히 생각해보니 그때 같다. 어느 날 저녁 매운 음식을 먹고 나서 뭔가 입가심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뭐 없나 싶어 냉장고를 뒤적이다가 전에 사둔 아이스크림이 눈에 띄었다. 종류 별로 다양하게 사둔 아이스크림 중에 어떤 아이스크림을 먹을까 고민하다가 그닥 호감까지는 아니었던 떡붕어싸만코를 집어들었다. 크리미한 아이스크림이니까 매운 입안을 가라앉혀주지 않을까 싶어서였다. 남편 역시 같은 생각이었는지 you 떡붕어싸만코? 했더니 힘차게 끄덕거렸다. 

붕어싸만코 ❌ 떡붕어싸만코 ⭕

  별 생각 없이 떡붕어싸만코를 입에 넣은 순간, 우리는 눈이 띠용해져 서로를 쳐다봤다. 뭐야. 왜이렇게 맛있는데? 😲 너무 맛있다를 연발하며 순식간에 먹어버렸다. 중간 중간 씹히는 떡은 또 왜이렇게 맛있는거니..!

그 뒤로는 마트든 슈퍼든 가면 떡붕어싸만코가 얼마인고~ 하고 보게 되었다. 우리는 요즘 많아진 아이스크림 할인점에서 주로 아이스크림을 사는데 여기에서는 떡붕어싸만코가 1,000원 고정 가격에 팔았기에 다른 데는 얼마인가 기웃기웃하는거다. 

한번은 마트 아이스크림 냉장고를 둘러보다 붕어싸만코 5개 번들 제품이 5,000원보다 쌌던거 같다. 흥분해서 이건 사야해! 했다가 떡붕어싸만코가 아닌 것을 확인하고 김이 팍 샌 적도 있다. 떡이 없는 붕어싸만코는 의미가 없어...😔

그러다 지난 일요일 동네를 크게 산책하다가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발견했다. 이런데 구경하는 거 좋아하는 우리는 한번 들어갔다가 아이스크림 코너에 크게 써붙인 50% 세일을 보게 됐다. 처음에는 요즘 워낙 아이스크림 반값! 50% 세일! 문구가 많다보니 별 생각이 없었다. 그리고 자세히 보니 7개 이상 구매 시 50% 세일이라고 되어있었다. 요즘 아이스크림 할인점이 많이 생기니 대응하려고 행사하나부다 했다. 그러다 잠깐 있어봐... 떡붕어싸만코 정가가 얼마지? 1,500원! 그럼 50%하면? 750원!!! 

띠용. 다 뒤지고 다녀봐도 떡붕어싸만코는 1,000원이었기에 이 성벽은 허물 수 없나봐..싶었는데 750원이라니! 당장 사고 싶었지만 시장에도 들러야 했기에 사지 못했다. 녹으면 속상하니까 ㅠㅠ 언제까지 행사를 하나 봤더니 14일인가까지 해서 조만간 다시 오자! 했다. 

그렇게 다시 가게 된 날이 바로 어제다. 우리도 참..떡붕어싸만코 사러 왕복 30분 거리를 걸어가다니...절레절레. 어쨌든 떡붕어싸만코를 잔뜩 사올 생각에 발걸음도 가벼워 금방 도착했다. 후후 다 내꺼야! 하며 아이스크림 통 문을 열었는데 떡붕어싸만코가 없다? 이게 무슨 일이야 😱 

황급히 구석구석을 뒤지고 보니 겨우 4개를 찾을 수 있었다. 이상하다. 그 때 엄청 많았는데ㅠㅠ 휴 또 우리만 몰랐나? 떡붕어싸만코가 맛있다는 사실을? 그렇게 낙담하며 허리를 피는데 위쪽 냉동고에 붕어싸만코 5개 번들이 보였다. 어 뭐지? 지난 번에는 번들 없었는데. 5개입 번들 가격이 4,000원이었다. 개당 800원 꼴. 왠지 느낌에 붕어싸만코 번들을 행사가에 팔기 위해서 번들을 뜯지 않아 낱개 상품이 없는 것 같았다. 또르르...

그래..7개 이상 사기 부담스러운 사람들은 번들로 사는게 이득이겠지. 그래..그런데 이미 750원 떡붕어싸만코 ^__^ 10개 사야지~😋 하고 왔더니 겨우 50원 차이인 800원 꼴인 번들을 사고 싶지가 않았다. 이상한 나의 마음. 그래서 그냥 떡붕어싸만코 4개와 죠스바 2개, 스크류바 2개를 사왔다. 

떡붕어싸만코 4개밖에 못 샀다고 이렇게 실망을 하다니..그래 이제는 인정해야겠다. 나 떡붕어싸만코 좋아한다!!! 왜 이렇게 오바를 하냐면, 내 아이스크림 취향은 아주 오랫동안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죠스바, 스크류바, 더위사냥, 탱크보이 이 네 개만 영원히 사랑할 줄 알았지 나는. 그래도 여전히 죠.스.더.탱 좋아한다. 단지 떡붕어싸만코가 추가돼 선택의 폭이 조금 넓어졌을 뿐이야. 

웃긴다 떡붕어싸만코 글을 쓰다니

혼자서 저거 하나 먹는 거 사실 우습지만, 살 좀 덜 쪄보겠다고 저걸 반으로 갈라 남편과 나눠 먹곤 한다. 진짜 붕어빵이었으면 도대체 어느 방향으로 갈라야 하는 것일까 고민 꽤나 했겠지만 붕어싸만코는 아무렇게나 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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팥 오데 갔니??? 작은 빵칼로 짓이기 듯이 잘랐더니 팥 있는 부분에 크림이 문대져 팥이 안 보인다. 그럴 듯한 단면을 보여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당황스럽네?

황급히 뚜껑을 까본다. 그래..팥 있네. 떡도 있고..! 우리 떡붕어싸만코 그런 애 아니라구욧! 😣 그래도 포장지 그림은 따라갈 수가 없네... 맛있으면 됐지 싸만코야.

입맛이 조금씩 달라지는 걸 볼 때 나이를 먹어가는구나를 느낀다. 근데 그렇다고 슬프진 않다. 아 슬픈가? 그동안 이 맛을 모르고 살았다니 ㅠㅠ 하는 슬픔? ㅎㅎㅎ 팥빙수에 팥 쬐끔만 넣어 해먹던게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팥의 맛을 느끼며 먹게 된 나. 나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는 재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