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비인후과에서 청력검사를 받았다

 

  내 귀에 이상이 생겼다. 핸드폰을 왼쪽 귀에 대고 통화하는데, 상대방이 말하는 소리에 맞춰 오른쪽 귀 안이 덜걱거린다. 또 이어폰을 왼쪽만 꼽고 노래를 들어도 마찬가지로 오른쪽 귀 안이 덜걱거린다. 이렇게 한참 덜걱거리고 나면 귀에 물이 들어간 것처럼 먹먹하고 아픈 느낌이 든다. 오른쪽 귀에 소리 자극을 주면 왼쪽 귀는 아무렇지도 않다.

  이 증상을 처음 느꼈던 거는 3~4개월 전 쯤이었던 것 같다. 엄마와 통화를 하는데 이 증상이 나타나 통화 내내 거슬렸다. 왼쪽 귀에 소리 자극을 주지 않으면 괜찮아졌기에 그냥 넘기고 살았다. 그러다 어제 유선 이어폰을 양쪽 귀에 끼고 노래를 한두시간 들었을까? 귀가 좀 아픈 이어폰이라 잠시 오른쪽만 뺐는데, 이 증상이 또 나타났다. 

  이대로 넘겨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오늘 이비인후과에 다녀왔다. 의사선생님께 증상을 말씀드리니 갸우뚱하시며 우선 내시경으로 귀 안을 보자고 하셨다. 양쪽 모두 보시더니 외관 상으로는 이상이 없다고 한다. 문진으로 딱히 이렇다할 게 나오지 않자 청력 검사를 한번 해보자고 하셨다.

  청력 검사실에 들어가 헤드폰을 쓰고 버튼을 쥐고 앉았다. 건강검진 때 해봤던 터라 익숙한 검사 방법이다. 하지만 건강검진 때와는 검사시간이 차이가 난다. 건강검진 때는 보통 많아야 양쪽 귀에 총 3~4번 소리를 들려주고는 "정상입니다." 소리를 들었지만, 이비인후과에서 검사를 받아보니 한 쪽 귀에 적어도 5분 이상은 소리를 들려주었다. 다양한 음역대의 소리를 크고 작게 들려주는데 소리가 작아질 수록 집중이 필요했다. 내 옷 바스락거리는 게 거슬릴 정도로. 

  저음의 소리를 작게 들려줄 수록 듣기가 좀 어려웠고, 긴가민가할 때는 그냥 버튼을 눌렀다. 이제 끝났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길었던 검사 시간이었다. 소리에 대한 검사가 끝나자 이번에는 압력 검사를 한다고 한다. 압력 검사는 의사 선생님께서 오셔서 하셨다. 귀 체온계 같은 기계를 내 귀에 넣고 압력을 가해 귀의 상태를 보는 것 같았다. 

  압력 검사라고 해서 압력만 넣을 줄 알았는데 고주파음 같은 것도 큰소리 작은소리 자극이 있다. 소리 자극에 따른 압력 변화를 보는 것일까? 오른쪽 귀가 좀 먹먹한 상태라 큰 고주파음 자극이 올 때 귀가 아팠다. 

청력검사 장비가 뭔가 이렇게 생겼던 것 같다

  검사가 끝나자 검사 결과가 바로 프린트 됐다. 다시 진료실로 돌아가 검사 결과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수치 상으로는 정상 범위의 상태라고 했다. 저음의 소리에서 약간 청력이 떨어지지만 그 역시 정상 범위에 드는 수치란다. 압력 검사 역시 정상으로 중이염과 같은 염증 등은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저음에서 청력이 좀 더 떨어지는 수치가 나왔다면 메니에르병을 의심해 볼 수도 있지만, 보통 메니에르병이 생기면 어지럼증을 동반하기에 그걸 의심하기는 어려웠다. 의사 선생님께서 이런 경우 근긴장성 이명이나 양성 혹으로 인한 증상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하셨다. 양성 혹이라면 MRI으로 확인을 해봐야겠지만, 지금 단계에서는 그걸 권할 만큼은 아니라 판단하셨는지 근긴장성 이명으로 방향을 잡고 약을 처방해주셨다. 

  혈액순환이 잘 안되는 경우 근긴장성 이명이 발생할 수 있다며 혈액 순환을 도와주는 약과 스테로이드를 먹어보자고 하신다. 몸이 피곤하거나 술과 카페인을 섭취하는 경우 이런 증상이 있을 수 있으니 푹 쉬고 당분간은 술과 카페인을 먹지 말라고 하셨다. 조심스럽게 사실 요즘 위장이 좋지 않아서 2주 정도 먹고 있지 않다고 말씀 드리니 그럼 그 원인은 아니겠다며, 무리하지 말고 푹 쉬고 3일 간 약을 먹어보자고 하셨다.

처방 받은 약

원적외선 치료까지 받고 수납을 했다. 비용은 19,700원이 나왔다. 청력검사 비용이 한 14,000원 정도 하려나. 병원에 가기 전에도 뭔가 이렇다할 게 나올거라는 생각은 안했지만 그래도 당장 심각한 상황은 아닌 듯해서 다행이다. 처방 받은 약을 일단 꼬박꼬박 먹고 푹 쉬어야겠다. 그런데 차도가 있는 지 알아보려면 매일 누군가 통화를 해야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