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아파트 꼬맹이들 축구공 주워준 이야기

한 2주 전쯤인가
해 떨어지기 전에 동네 파리바게뜨에 가서 우유식빵을 사서 돌아오는 길이었다.
우리 동네는 작은 단지의 아파트들이 많이 모여있다보니,
사이 사이 길이 꽤 길게 나있다.
우리 아파트와 옆 아파트 사이에 길게 나있는 도로 길을 걷고 있는데,
한 중반 쯤 왔을까?
옆 아파트 아이들 놀이터 쪽에서 축구공이 뻥 날아와 길에 떨어졌다.
옆 아파트는 우리 아파트와 마주보고 있는 면이 지대가 약간 높아서 돌담이 있는데,
남자 초딩 네다섯이 쪼로록 담에 붙는다.
자기들끼리 시끌시끌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우리 아파트 정문에 다다르는 게 먼저일까 아님 저 공이 굴러와 내 발에 닿는 게 먼저일까?'

생각한 지 10초도 되지 않아 그 공은 내 발 아래 닿게 되었다.
경사진 길이었구나.
요 공을 어쩐다.

일단 작게 공을 뻥뻥 차며 걸어갔다.
아이들도 내가 공을 주워줄 확률이 높다고 생각이 들었던지
공 좀 주워주세요~~하고 애타게 외치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나도 알겠어~~하고 큰소리 내기도 그렇고
공을 들어 내가 주워줄 것이다하고 알게끔 하기엔 공이 드러웠다.
축구공에 손 닿는 건 최소화하고 싶어 얘들아.

그래서 아이들 쪽은 쳐다보지 않고 공만 뻥뻥 차며 나아갔다.
애들 눈에는 축구공 도둑으로 보였을지도 몰라.

'저 식빵 든 아줌마가 우리 공을?!'

우리 아파트 입구 쯤 와서야 공을 손으로 들고 (지지..)
옆아파트 담 쪽으로 다가갔다.
한마디를 할까말까 고민하며.

왜냐면 이 길이 꽤 넓어서 차 두대가 지나갈 정도고, 집 근처에 IC가 있다보니 차가 꽤 많이 다닌다.
그 공이 지나가는 차를 쳤다거나 길 걷는 사람에게로 떨어지면 사고가 나니까.

공을 건네주며
엄하게 조심해야지 한마디를 하고야 만다. (미안 꼰대 아줌마야)
마스크를 써서 들렸을 지는 모르겠지만

아이들은 제각각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난리다.
예의 바른 친구들이구나.
한 아이는 왜 공을 안 가질러갔냐며 다른 아이들한테 한소리하고 (너는..?)
또 다른 아이는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며 공을 가지러 이미 출발한 아이를 부른다.

결국 공을 주워줬구나 싶은 생각과 함께
그러고보니 저번에도 저 아파트에서 축구공을 주워줬는데 하고 기억이 났다.

시장 가는 길에 옆 아파트 다른 담벼락 쪽을 지나고 있었는데,
그 쪽은 또 지대가 낮아서는 애들이 울타리 사이로 축구공을 가져가려고 애쓰고 있었다.
한 눈에 봐도 절대 공은 그 사이를 통과할 수 없어 보였다.
애들은 방법을 바꿔 그 공을 집은 다음 위로 올려 가져가려고 했으나,
꼬맹이들 키가 30cm는 더 커야 성공할 수 있어 보였다.

한 열 걸음 걸으며 이 과정을 지켜봤다.
주워줄까
그래 주워주자.

공을 집어 위로 넘겨주자 

아이들은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이 은혜를 잊지 않겠습니다!!!! 난리였던

귀엽고 순수한 아이들
덕분에 웃음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