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턱 못 넘어 애증의 대상이었던 로봇 청소기..이제 일 잘한다 잘해!🧐

애증의 로봇청소기

2년 전 딱 이맘 때 로봇 청소기를 구입했다. 로봇청소기를 살 때의 설렘과 벅참은 어디로 가고 우리집에서 로봇청소기는 구박덩어리 신세였다. 그 이유는..어느 순간 문턱을 넘지 못해 제대로 된 청소를 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버리기도 애매해, 중고로 팔기도 애매해 그냥 저냥 눈칫밥 먹으며 살던 로봇청소기는 요즘 매일 매일 칭찬을 받으며 일하고 있다. 그 동안의 고생을 하소연할 겸 어떻게 문턱을 넘게 했는지 공유할 겸 글을 남겨본다.

목차

날 시험에 들게 한 문턱

그나마 낮은 서재 문턱

우리집은 25살이 넘은 구옥이라 문턱이 높다. (이 놈의 문턱!) 특히 침실 문턱이 높아 로봇 청소기가 100이면 100 문턱에 걸려서 "살려줘!"를 외쳤다. 집에 있을 때 청소 시키면, 문턱 가까이 갈 때 내 머릿 속은 온통 '넘어라 넘어라!'였고, 집 밖에 있을 때는 예약한 시간에 이 녀석이 과연 안 걸렸을까..하며 매일 매일 로봇청소기를 생각하는 나날들이었다. 스트레스가 굉장해서 (대체 왜..) 옴니아2 사건 때의 소비자들처럼 이 녀석을 집어던져 깨부시고 싶었다. 

로봇청소기 : "저, 은퇴할게요."

그러다 완전히 문턱을 못 넘게 된 로봇 청소기는 한동안 우리집에서 전기만 축내는 녀석이었다. 안되겠다 싶어 방문들을 닫고 거실만 청소하게 했다. 이 방법도 나쁘지는 않았지만, 방들을 따로 청소해줘야 하다보니 (안하다보니) 귀찮았다. 게다가 외출할 때 방문들을 다 닫고 나가는 걸 까먹을 때도 있었다. 어쨌든 이 정도면 로봇청소기를 놓아줄 만도 한데 미련 뚝뚝인 이유가 있다. 청소 능력 하나는 확실했기 때문이다. 로봇청소기 때문에 화가나서 저걸 확 버려? 싶다가도 청소 끝난 후 먼지통을 보면 후..로봇청소기 못잃지의 반복이었다. 

Jon-ber is win

우리가 샀던 로봇 청소기의 다음 버전인 신제품이 나왔을 때는 화딱지가 났었다. 기존에 있는 문제도 제대로 못 고치고 신제품을 낸다고? 진짜 어이없다 싶었다. 구매하고 한 반 년은 잘 쓰다가 로봇청소기가 한 곳을 맴돌거나, 맵이 날아가거나, 앱이 거지같거나 등등 다양한 문제가 있었는데, 이게 당시 펌웨어 업데이트를 하고나서부터 그런거였다. 부들부들. 내가 여기 제품 다시 사나 봐라 했었다.

그러나 Jon-ber는 승리했다. 신제품이 나오고 얼마 안돼 펌웨어 업데이트가 뜬 거였다. 오호라? 신제품 나오는 게 기존 사용자에게도 좋은 일이었구나.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펌웨어 업데이트를 해보기로 했다. 이왕 하는 거 방문도 다 열고 전체 청소를 시켜보고 싶었다. 그런데, 문턱 못 넘는거는 펌웨어 업데이트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렵겠지? 싶어 비슷한 사례를 찾아보기로 했다. 이미 예전에 다 검색해봤지만 그 사이에 새로운 해결책을 찾아낸 사람이 있을 수 있잖아?! 제발.

있었다.

로보락 s5max 구입. 문턱 높은 분들 참고하세요 !

문턱을 넘어보자 좀!

고마워요! 부엉님. 내가 로봇청소기 관련 글 본 것 중에 최고였다. 왜 로봇청소기가 문턱에 걸리는지 분석하신 것도 그렇고 무릎을 탁 치게 하는 것들로 가득한 글이다. 문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알려주신 가상벽 설정이나 금지구역 설정은 해봤지만 우리집 로봇청소기에는 통하는 방법이 아니었다. 또 다른 방법은 문턱에 주방 매트를 깔아두는 거였다. 모양새도 그렇고 번거롭긴 하겠지만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주방 매트를 가져와 테스트해봤다. 뭐여 세상 스무스하게 넘어가네!!!!!! 감동한 나는 부엉님이 쓰신 주방매트를 찾아내 2장을 냅다 결제했다. 그리고 실패했다. 🤪 

실패한 이유는 이렇게 말리는 녀석이라 문턱의 굴곡대로 놓여져서 문턱을 완전히 완만하게 만들어주지 못했다. 왕복 배송비가 아깝긴 했지만, 다른 곳에 쓸 데도 없고 해서 반품 🖐 TMI지만 아기나 강아지 목욕시킬 때 쓰려고 많이들 사시드라..뭉치 있을 때 샀으면 좋았을텐데 🙃

침실 문턱에 주방매트 꾸겨넣은 모습

위 사진에 있는 폭신한 PVC 주방매트로 사야 했는데, 이 주방매트가 생각보다 가격이 나갔다. 디자인도 괜찮고 한거 살려면 한 장에 2만원.. 두 장이면 4만원.. 아까비

서재 문턱에 다이소 주방매트 놓은 모습

결국 만만한 다있소에 가서 5천원짜리 주방매트를 사왔다. 너비가 좀 짧은 듯 해서 우선 1장만 사왔는데 그러길 잘했다. 너비도 좀더 길었으면 좋았을텐데, pvc 주방매트도 나름 규격이 있드라..? 내가 원하는 너비의 매트를 찾기는 어려울 것 같아 그냥 쓰기로 했다. 그리고 그냥 1장 더 안 사고 주방에서 쓰는 매트를 청소 시킬 때 가져다 쓰기로 했다. 아니! 내가 편할려고 로봇청소기 샀는데! 이게 뭐하는거람 싶기도 하지만..집 전체 에러 한번 없이 청소 구석구석 잘해주는 모습을 보면 그래. 주방매트 놔줄게가 되는 것이다.

개비스콘 짤이 생각나는 로봇청소기 문턱 넘는 모습

문턱은 걱정말라구! 😉

속이 다 시원하다. 그냥 한번에 넘는 게 볼 때마다 기쁘다. 그리고 몰랐는데 생각보다 문턱에서 빌빌대면서 소모한 배터리양이 꽤 됐었나보다. 문제 없이 집 전체 청소하는데 32~38분 정도 걸리는데 배터리 소모가 30% 정도다. 배터리 수명도 떨어진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었다. 😁

서재 문턱 넘는 모습

타이밍을 놓쳐 이미 넘고 찍었네. 하지만 다시 찍기는 귀찮아 그냥 올린다. 넘는다는 게 중요하지! 

힁, 다 해결된 줄 알았지!

문턱을 잘 넘으니 이제 해결! 글은 여기서 끝!일 것 같지만 사실 또 하나의 문제가 있었다. 소파 다리가 높지 않아 그 밑을 아슬아슬하게 지나다니며 청소하곤 했었는데, 3년이란 세월이 지나니 소파도 조금씩 주저 앉고 있는지 자꾸만 소파 중간에 꽉 껴서는 구출 요청을 하곤 했다. 청소 시키기 전에 소파를 한번 씩 들어주며 미리 걸림 방지해두고, 매트 놔두고 하니 이거 못할 짓이네🙄. 망설이지 않고 테니스공을 샀다. 

키높이 테니스공 신은 소파

사실 잘 걸리곤 했던 스툴에는 일찌감치 테니스공을 신겼는데, 소파까지 다 신기게 될 줄은 몰라따. 이제 완벽하다. 완벽해! 이제 변명거리는 없으니 열심히 청소해주렴 로봇청소기야. 우리 일단 5년만 같이 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