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치 할배 근황

시간이 참 빠르다.
나의 시간이 아닌 뭉치 할배의 시간이.

한달 정도 있으면 우리집에 온지 1년이 된다.
사람의 시점으로 근 1년의 시간을 가만히 되짚어보면 개의 세월은 압축해놓은 듯 하다.

우리집에 와서 초반만해도 개가 회춘했다며, 다시 1살이 된 듯 생기 있고 호기심이 많아졌었다.
그러나 나이는 속일 수 없나보다.
뭉치는 지금 양 눈이 모두 보이지 않는다.
우리 집에 와서 몇 달 뒤 오른쪽 눈의 백내장이 진행됐었는데, 또 몇 달 뒤 왼쪽 눈 역시 백내장이 진행됐다.

뭉치의 양쪽 눈 모두 백내장이 진행되는 동안 사람도 개도 참 괴로웠었다.
잘 안보이게 되자 불안 증세가 심해져 새벽에 몇시간 동안 낑낑대고 소리지르고 문 틈에 킁킁댔다.
그 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끔찍하다. 
봉급쟁이 부부가 잠을 제대로 못자고 출근하니 신경이 날카로워졌었다.
별 짓을 다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점점 눈은 안보여가니 개도 무섭고 불안했겠지.

다행히? 지금은 잘 적응해서 살고 있다. 
산책 잘하고, 밥 잘 먹고(가끔 안 먹지만), 똥 잘 싸고, 잠 잘자고

이렇게 되기까지 또 돌이켜보면 괴로웠던 시간이 떠오른다......또르르.....

올해 3월, 유난히 상태가 좋길래 쎄한 마음에 검진 예정일보다 1주 앞당겨서 병원에 갔었다.
괜찮겠지? 싶었는데 피검사 결과가 좋지 않아 돈도 참 많이 썼다....또르르.....

 

눈이 안보인 뒤로는 이렇게 앉아 멍때리며 기다릴 때가 많다.